Thinket.

AI 시대의 학습 · 1

답을 얻는 것과 배우는 것은 다릅니다

· 이윤태

질문을 입력합니다.

잠시 뒤 AI는 정의와 원리, 예시와 결론까지 갖춘 답변을 내놓습니다. 문장은 자연스럽고, 설명은 질서정연하며, 막히는 부분도 거의 없습니다. 읽는 동안에는 분명히 이해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채팅창을 닫고 조금 뒤, 방금 읽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 하면 말이 잘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과 조금 다른 문제에 적용하려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답변 속 전제 하나를 바꾸었을 때 결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답은 이미 얻었는데, 지식은 아직 내 것이 아닙니다.

답은 질문 바깥에 존재할 수 있지만, 배움은 학습자 안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AI 시대에 가장 쉽게 놓치는 차이가 여기에 있습니다.


답은 결과물이고, 배움은 변화입니다

과제를 완성하고, 문제의 정답을 확인하고, 코드의 오류를 고치는 일은 모두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듭니다. 결과가 좋아졌다면 도구가 제 역할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학습을 묻기 시작하면 기준이 달라집니다.

학습은 지금 눈앞의 문제를 해결했는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도구가 사라진 뒤에도 핵심 개념을 떠올릴 수 있는지, 처음 보는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지,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설명을 구별할 수 있는지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Soderstrom & Bjork, 2015).

이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 구분은 교육심리학에서 오랫동안 강조되어 온 학습과 수행의 차이와 맞닿아 있습니다 (Soderstrom & Bjork, 2015).

두 가지는 함께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좋은 교사나 좋은 도구는 당장의 수행을 돕는 동시에 이후의 독립적인 수행 능력도 키웁니다.

그러나 둘은 자동으로 일치하지 않습니다. 학습 도중 관찰되는 높은 수행은 장기적인 파지나 전이를 보장하지 않으며, 때로는 당장의 수행을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 이후의 학습에는 더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Soderstrom & Bjork, 2015).

2025년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에 실린 고등학교 수학 수업의 무작위 실험은 이 차이를 선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일반적인 챗봇에 가까운 AI를 사용한 학생들은 연습 문제를 푸는 동안에는 더 높은 성과를 보였지만, AI 없이 치른 평가에서는 학습상의 손실이 나타났습니다. 반면 답을 곧바로 제공하기보다 학습 과정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AI 튜터에서는 이러한 손실이 크게 완화되었습니다 (Bastani et al., 2025).

이 연구 하나로 모든 AI 사용을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히 보여줍니다.

AI와 함께 더 잘 해냈다는 사실만으로, AI 없이도 더 잘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의 품질과 사용자의 능력 변화는 별도로 살펴봐야 합니다.


잘 읽힌다는 느낌은 이해의 증거가 아닙니다

우리는 자신의 이해를 직접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대신 여러 단서를 이용해 “이 정도면 알겠다”고 판단합니다.

설명이 익숙하게 느껴지는지, 문장이 쉽게 읽히는지, 앞뒤 내용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방금 본 개념이 빠르게 떠오르는지 같은 감각이 그 단서가 됩니다. 학습심리학에서는 이처럼 처리 과정이 쉽고 매끄럽게 느껴지는 경험을 흔히 처리 유창성과 관련지어 설명합니다 (Yang et al., 2021).

이 감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이해하기 좋은 설명은 실제 학습에 도움이 됩니다. 다만 주관적인 용이함은 때때로 실제 기억과 이해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현재의 수행이나 익숙함을 근거로 미래의 기억을 과대평가할 수 있으며, 학습에 대한 판단은 처리 유창성과 기존 신념의 영향을 함께 받습니다 (Bjork et al., 2013; Yang et al., 2021).

대화형 AI의 답변은 이 판단을 특히 어렵게 만듭니다.

AI는 사용자의 질문에 맞춰 설명의 빈틈을 메우고, 낯선 개념 사이에 연결 문장을 넣고, 결론까지 하나의 완성된 서사로 조직합니다. 사용자는 스스로 연결하지 않았는데도 모든 것이 연결된 것처럼 느낄 수 있습니다. 설명의 구조가 머릿속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화면 위에 잘 구조화되어 있을 뿐인데도 말입니다.

여기서 서로 다른 네 가지 상태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1. 익숙하다: 전에 본 표현이라 낯설지 않습니다.
  2. 납득된다: 설명을 읽는 동안 논리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3. 떠올릴 수 있다: 자료를 보지 않고 핵심 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4.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문제에 적용하고, 한계와 반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첫 번째와 두 번째 상태에서 네 번째까지 도달했다고 느낍니다.

AI의 답변이 틀릴 때만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정확한 답변도 사용자가 아무런 인지적 작업 없이 읽고 지나가면, 이해했다는 느낌만 남길 수 있습니다.


배움은 설명을 소비하는 순간보다, 지식을 다시 만들어내는 순간에 일어납니다

좋은 설명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설명을 읽는 일만으로 학습이 완성되지는 않습니다.

오래된 학습 연구들은 이미 본 내용을 다시 읽는 것보다, 기억에서 꺼내보는 활동이 장기적인 파지에 강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반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한 고전적 연구에서는 같은 글을 다시 공부한 집단보다, 글을 덮고 내용을 회상한 집단이 시간이 지난 뒤 더 잘 기억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반복해서 읽은 집단은 자신의 학습 상태를 더 낙관적으로 판단하기도 했습니다 (Roediger & Karpicke, 2006).

또 다른 연구에서도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인출하는 연습은 단순한 재학습뿐 아니라 개념도를 만드는 정교화 활동보다도 이후의 의미 있는 학습 평가에서 더 높은 성과를 보였습니다 (Karpicke & Blunt, 2011).

또한 정보를 그대로 읽는 것보다 일부를 직접 생성했을 때 더 잘 기억되는 생성 효과도 폭넓게 관찰되어 왔습니다 (Bertsch et al., 2007).

이 연구들이 말하는 바를 “항상 시험을 봐야 한다”로 축소할 필요는 없습니다. 핵심은 더 단순합니다.

학습자는 완성된 지식을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지식을 다시 꺼내고 연결하고 만들어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개념을 배운 뒤 다음과 같은 일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는 약간의 막힘과 불편함이 따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학습자는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실제로 마주하게 됩니다.


모든 불편함이 배움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어렵고 불편할수록 무조건 잘 배우는 것은 아닙니다.

검색 결과를 수십 개 열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찾는 일, 긴 채팅을 위아래로 오가며 이전 질문의 위치를 찾는 일, 어떤 답변이 어느 질문에서 시작되었는지 작업기억에 붙들어 두는 일은 학습에 필요한 사고와 다릅니다.

우리는 두 종류의 수고를 구분해야 합니다.

생각을 만드는 수고

개념을 자신의 말로 설명하고, 근거를 비교하고, 답을 떠올리고, 다른 문제에 적용하는 수고입니다. 이 과정은 학습할 내용 자체를 처리하도록 만듭니다.

생각을 방해하는 수고

스크롤을 되감고, 흩어진 맥락을 복원하고, 질문 사이의 관계를 머릿속으로만 기억하는 수고입니다. 이 과정은 학습 내용보다 인터페이스를 관리하는 데 주의를 쓰게 합니다. 인지부하이론의 관점에서는 이처럼 학습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 요구를 줄여, 제한된 인지 자원을 학습 내용의 처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van Merriënboer & Sweller, 2005).

AI의 장점은 불필요한 수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어려운 용어를 즉시 풀어주고, 여러 자료를 비교해주며, 사용자의 수준에 맞춰 설명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와 사용 방식에 따라서는 생각을 방해하는 수고뿐 아니라 생각을 만드는 수고까지 함께 제거할 수 있습니다.

질문을 만들기 전에 답을 주고, 스스로 시도하기 전에 풀이를 완성하고, 이해를 확인하기 전에 매끄러운 요약으로 대화를 끝내는 것입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AI를 사용할 것인가”가 아닙니다.

어떤 수고를 AI에 맡기고, 어떤 수고를 학습자에게 남겨둘 것인가?


같은 AI도 답변기가 될 수도, 사고의 발판이 될 수도 있습니다

AI를 학습에 사용하지 않는 방식만이 해결책은 아닙니다. 오히려 AI의 즉각성과 대화 가능성을 학습자의 사고를 끌어내는 쪽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이는 질문 전, 대화 중, 대화 후에 누가 먼저 생각하느냐에서 생깁니다.

질문하기 전: 먼저 작은 가설을 남깁니다

AI를 열기 전에 완전하지 않아도 좋으니 현재의 생각을 적어봅니다.

“내 생각에는 A 때문에 B가 일어나는 것 같다. 다만 C가 왜 필요한지는 모르겠다.”

이 한 문장만 있어도 AI의 답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대신, 내 생각과 비교할 기준이 생깁니다. 무엇을 모르는지도 더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대화 중: 정답보다 다음 사고를 요청합니다

곧바로 완성된 설명을 요구하는 대신, 현재 막힌 지점을 넘을 만큼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정답을 바로 말하지 말고, 내가 다음으로 확인해야 할 전제 하나만 알려줘.”

“내 설명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질문으로 지적해줘.”

“이 주장에 반대하는 입장에서 반례를 하나 만들어줘.”

“내가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비슷하지만 다른 문제를 내줘.”

이때 AI는 생각의 종착지가 아니라 다음 사고를 위한 발판이 됩니다.

대화 후: 화면을 닫고 다시 구성합니다

대화가 끝난 직후에는 모든 내용이 선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바로 정리했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그러나 실제 이해를 확인하려면 답변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다시 만들어봐야 합니다.

대답이 막힌다면 실패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막힘이 현재의 학습 상태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이해했다”를 확인하는 다섯 가지 질문

AI의 답을 읽은 뒤 다음 질문에 답해보면, 납득과 이해를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습니다.

1. 화면을 보지 않고 설명할 수 있는가?

문장을 그대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핵심 원인과 관계를 자신의 말로 다시 구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2. 처음과 다른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가?

예시의 숫자나 표현이 바뀌었을 때도 같은 원리를 찾아낼 수 있는지 확인합니다.

3. 설명의 전제를 말할 수 있는가?

어떤 조건에서 이 설명이 성립하는지, 무엇이 달라지면 결론도 달라지는지 살펴봅니다.

4. 틀린 답을 구별할 수 있는가?

그럴듯하지만 잘못된 설명을 보았을 때, 어느 지점이 왜 잘못되었는지 지적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아직 모르는 것을 말할 수 있는가?

이해의 끝에는 “이제 다 알겠다”보다 “여기까지는 알지만 이 부분은 아직 모르겠다”는 더 선명한 경계가 생깁니다.

다섯 질문에 모두 완벽히 답해야만 배운 것은 아닙니다. 이 질문들의 목적은 합격과 불합격을 나누는 데 있지 않습니다.

현재의 이해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 보이게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더 많은 답보다, 답을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환경

AI는 앞으로 더 정확하고, 더 빠르고, 더 친절하게 답할 것입니다.

이 변화는 되돌릴 수도 없고, 되돌릴 필요도 없습니다. 누구나 좋은 설명에 접근할 수 있고, 막힌 지점에서 즉시 도움받을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한 진전입니다.

다만 답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하는 속도만큼, 그 답을 배우는 기술도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Thinket은 이 문제에서 시작했습니다.

하나의 답변에서 모르는 개념을 발견했을 때 질문을 새롭게 분기하고, 깊이 탐색한 뒤에도 처음 질문까지의 경로를 잃지 않고, 탐색이 끝난 뒤 무엇을 알게 되었고 무엇이 남았는지 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Thinket이 사용자를 대신해 이해해줄 수는 없습니다. AI의 모든 답을 참으로 만들 수도 없습니다.

대신 사용자가 질문하고, 의심하고, 돌아가고, 다시 설명하는 과정을 잃지 않도록 돕습니다.

AI가 답을 만드는 시대,
우리는 그 답이 배움으로 이어질 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답을 얻는 일은 대화의 끝일 수 있습니다.

배움은 대개 그다음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참고문헌

Bastani, H., Bastani, O., Sungu, A., Ge, H., Kabakcı, Ö., & Mariman, R. (2025). Generative AI without guardrails can harm learning: Evidence from high school mathematics.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122(26), e2422633122. https://doi.org/10.1073/pnas.2422633122

Bertsch, S., Pesta, B. J., Wiscott, R., & McDaniel, M. A. (2007). The generation effect: A meta-analytic review. Memory & Cognition, 35(2), 201–210. https://doi.org/10.3758/BF03193441

Bjork, R. A., Dunlosky, J., & Kornell, N. (2013). Self-regulated learning: Beliefs, techniques, and illusions. Annual Review of Psychology, 64, 417–444. https://doi.org/10.1146/annurev-psych-113011-143823

Karpicke, J. D., & Blunt, J. R. (2011). Retrieval practice produces more learning than elaborative studying with concept mapping. Science, 331(6018), 772–775. https://doi.org/10.1126/science.1199327

Roediger, H. L., III, & Karpicke, J. D. (2006). Test-enhanced learning: Taking memory tests improves long-term retention. Psychological Science, 17(3), 249–255. https://doi.org/10.1111/j.1467-9280.2006.01693.x

Soderstrom, N. C., & Bjork, R. A. (2015). Learning versus performance: An integrative review. Perspectives on Psychological Science, 10(2), 176–199. https://doi.org/10.1177/1745691615569000

van Merriënboer, J. J. G., & Sweller, J. (2005). Cognitive load theory and complex learning: Recent developments and future directions. Educational Psychology Review, 17(2), 147–177. https://doi.org/10.1007/s10648-005-3951-0

Yang, C., Yu, R., Hu, X., Luo, L., Huang, T. S.-T., & Shanks, D. R. (2021). How to assess the contributions of processing fluency and beliefs to the formation of judgments of learning: Methods and pitfalls. Metacognition and Learning, 16(2), 319–343. https://doi.org/10.1007/s11409-020-09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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